[여책저책] 모든 게 불완전함 투성이가 떠난 우당탕탕 여행기
세상에 무결점을 바탕으로 한 완벽함이 존재할까요? 순금만 해도 100%가 아닌 99.9%라고 하고요. 과학적 증명을 하는 경우도 100%나 0%가 아닌 99.8이나 0.03 등의 숫자로 표기합니다. 결국 ‘만의 하나’라는 것 때문에 완벽함이 나타날 수 없는 것이죠.
어쩌면 여행이야 말로 모든 상황이 불완전함 투성이인 존재일겁니다. 일단 날씨가 그렇고요. 항공편이나 호텔의 컨디션 또는 음식의 맛, 사람의 친근함 등의 분위기 등도 어떻게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노르웨이 / 사진 = 언스플래쉬
때문에 불완전한 여행이 참 여행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여책저책은 이런 여행의 진솔한 가치를 조명하는 책을 만납니다. 화려한 관광 코스보다는 관계와 감정,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 속에서 얻는 깨달음에 집중한 책입니다.
현실의 벽이나 두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데요. 여행을 단순한 일회성 탈출이 아닌 삶의 본질을 찾고 일상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두 책 모두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강지명 작가의 ‘여자 둘, 개 하나면 충분합니다’와 서굴 작가의 ‘서울 안 개구리의 유럽 낭만기 1, 2’를 소개합니다.
여자 둘, 개 하나면 충분합니다
강지명(멍작가) | 다산책방
우리가 모르고 지나칠 뿐 일상 곳곳에는 ‘소소한 행복’이 도사리고 있다. 소파에 앉아 있다 문득 손톱깎이가 필요할 때 지난번에 쓰고 놔둔 것을 눈앞에서 발견한다거나, 매주 수요일이 휴무인 동네 맛집을 화요일에 찾아가 수요일이면 너무 아쉬웠을 거라며 즐거워하는 자신을 마주할 때가 그렇다.
때로는 여행도 그런 소소한 행복에 힘을 보탠다. 독일에 거주 중인 작가가 친구 제이미, 반려견 누리와 함께 북유럽 캠핑카 여행을 떠난 저자 강지명은 그냥 서로 함께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충만한 여행과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거쳐 노르웨이로 이어지는 여정은 화려한 관광 코스 대신 느린 속도의 ‘머무는 여행’에 가깝다. 이들은 유명 명소를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계곡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캠핑카 안에서 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언뜻 평범하지만 한 걸음 더 들여다보면 특별한 여행기를 저자는 책 ‘여자 둘, 개 하나면 충분합니다’에 담았다. 이들이 떠난 여행의 목적은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것’ 자체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꼭 멀리 떠나야 할 필요가 없다고 전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 평 남짓한 캠핑카라는 제한된 공간이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세 존재가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감성적인 성향의 작가와 실용적인 친구 제이미는 사소한 일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여행 중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히기도 한다.
프리캠핑 도중 쫓겨나는 해프닝이나, 캠핑장을 찾지 못해 고생하는 장면들은 여행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책은 그런 불완전함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기에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웨덴 / 사진 = 언스플래쉬
고급 식사 대신 스팸과 김치로 끼니를 해결하는 순간, 계획이 틀어져도 함께 웃어넘기는 장면 속에서 독자들은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여행의 감각을 느낀다. 여행의 중심에는 언제나 ‘관계’가 있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깨닫는다. 인생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존재라는 사실이다.
좁고 불편한 캠핑카가 ‘낙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관계는 더욱 단단해지고, 그 안에서 진짜 행복이 만들어진다. 이런 모습을 저자는 그림으로 책 곳곳에 실었다. 심드렁한 그림체로도 보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다 보면 특유의 귀여움에 미소 짓게 된다.
책은 여행 이후의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독일로 돌아온 뒤 저자는 ‘집’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함께 모인 존재들이 서로에게 편안함이 돼주는 공간, 그것이 곧 집이라는 깨달음이다. 여행은 일시적인 탈출이 아니라, 일상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여자 둘, 개 하나면 충분합니다’는 화려하거나 특별한 여행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순간들을 통해 여행의 본질을 되묻는다. “미루지 말자. 원하는 게 있다면 지금 하자”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하게 남는다.
책은 결국 여행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삶을 세세히 다룬다. 어디로 떠났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서울 안 개구리의 유럽 낭만기 1, 2
서굴(작가명 강서굴) | 북엔드
우물 안과 밖은 깨나 차이가 크다. 우리가 잘 아는 우물에 빠진 개구리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우물 속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실패를 하는 개구리에게 우물 밖은 우물 입구를 통해서만 보는 것이 전부다. 맑은 날은 밝고, 흐린 날은 잿빛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 이상의 현실은 상상하기 어렵다.
스스로 영어를 못한다고 자평하는 서른 살 청년이 있다. 그런 그가 유럽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의 우물 밖 탈출과도 같은 도전이다. 언어도 익숙하지 않고, 혼자라는 조건까지 더해지니 그 출발선은 더욱 높게 느껴진다.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정면으로 담아낸 여행 에세이 ‘서울 안 개구리의 유럽 낭만기 1~2’가 출간했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지만 저자 서굴(작가명 강서굴)은 두려움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유럽 여행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을 담백하고 위트 있게 만화로 담았다. 저자는 부산 출신이다. 서울에서의 삶을 ‘우물 안’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이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미루고 있던 그는 뜻밖의 퇴사를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게 되고, 결국 혼자 유럽으로 떠나는 선택을 한다.
책은 단순한 여행기라기보다 ‘우물 밖으로 나가는 과정’ 그 자체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여행 초반부터 순탄치 않은 상황을 마주한다. 비행기 연착, 낯선 도시에서의 길 잃음, 예상치 못한 몸살, 심지어 지하철에서의 위협적인 상황까지 겪는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오히려 여행에 사실감을 더하며,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 사진 = 언스플래쉬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완벽하지 않은 여행’의 가치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를 오가며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화려한 관광지 소개보다 ‘혼자라는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에 집중한다. 낯선 사람과의 우연한 합석, 예상치 못한 친절, 그리고 오랜 꿈이었던 에펠탑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까지, 작가는 여행의 본질을 ‘경험’과 ‘감정’으로 풀어낸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만화 형식을 통해 감정을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단순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체 속에는 설렘, 두려움, 외로움, 성취감 같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특히 혼자 여행을 떠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순간의 떨림’을 섬세하게 표현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도 그 경험이 지속되는 힘을 강조한다. ‘한 번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는 언제든 다시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이 책의 핵심이자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서울 안 개구리의 유럽 낭만기’는 거창한 준비나 완벽한 조건이 없어도 여행은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여행이란 결국 외부 세계를 향한 움직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향한 탐색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행을 꿈꾸지만 망설이고 있는 이들, 또는 이미 여행을 다녀왔지만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용기가 된다.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 번 해보자’로 바꾸는 순간, 새로운 여정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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