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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체험과 함께하는 이색 벳푸 여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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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는 도시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온천 연기만으로 정체성이 드러나는 일본 대표 온천 도시다. 골목을 걷다 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작은 온천들과 조용한 주택가, 바다를 품은 풍경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일상의 속도는 느긋하지만, 온천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생 활은 이 도시를 꾸준히 움직이게 한다. 뜨거운 물과 함께 쌓여온 시간 속에서 휴식과 생활이 공존하는 벳푸의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행 또한 자연스레 느려진다. 온천 도시의 일상과 감성을 함께 담은 벳푸 감성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01

OITA FRAGRANCE MUSEUM

오이타 향수 박물관

사진= 오이타 향수 박물관 홈페이지

오이타 향수 박물관은 온천 도시 벳푸의 분위기를 시각이 아닌 ‘후각’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입구에서는 오이타 향수 박물관의 상징인 ‘단 라 누이(Dans la Nuit)’를 만날 수 있다. 1925년에 제작한 밤하늘을 모티브로 한 향수병으로, 초승달 모양의 뚜껑이 특징이다. 단정하면서도 몽환적인 이 오브제는 박물관 전체 분위기를 상징하듯 조용히 시선을 끈다. 입장하면 QR 코드를 통해 한국어 음성 가이드를 스캔할 수 있어 향수에 관한 이야기를 차분히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시향 체험을 진행한다. 다섯 가지 향 중 마음에 드는 향을 골라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전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세계 각국의 천연 향료를 소개하는 코너가 이어진다. 그다음으로는 오르간을 닮은 큰 조형대가 등장한다. 천연 향료와 합성 향료를 층층이 나열 하고 있다. 실제 조향사들이 자주 쓰는 향료 병을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배치해 사용 방식 그대로 재현했다. 향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정교하고 실용적인 작업인지 실감하게 되는 장면이다.

오이타 향수 박물관의 백미는 향수 체험 프로그램이다. 여러 향료를 직접 시향한 뒤 마음에 드는 향을 골라 조합해 나만의 오리지널 향수를 만들 수 있다. 조향 순서와 비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진행돼 초보자도 부담 없고, 완성한 향수는 병에 담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벳푸에서의 순간과 기분을 향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여행 중 한 번쯤 꼭 해볼 만한 체험이다.

다만, 추가 비용 2800엔(약 2만6000원)이 들며 사전 예약은 필수다. 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며, 휴무일은 셋째 주 목요일과 12월 31일부터 1월 3일이니 방문 전 꼭 확인하자. 입장료는 일반인 기준 700엔(약 6600원)이다.

사진= 오이타 향수 박물관 홈페이지

사진= 오이타 향수 박물관 홈페이지

오이타 향수박물관

48-1 Kitaishigaki, Beppu, Oita 874-0000 일본

02

Kifune Castle

기후네 성

사진= 기후네 성 홈페이지

오이타 향수 박물관에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하면 하얀 성이 눈에 들어온다. 기후네 성은 언덕 위에 위치해 벳푸 시내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비교적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하얀 벽돌과 검은 지붕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곳은 예로부터 뱀이 성을 지키는 존재로 전해졌던 장소로, 금백용왕이라는 뱀신을 5대째 모시고 있다. 금백용왕을 만진 후 아픈 부위에 손을 대면 병이 낫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입구에 큰 뱀의 사체를 특수용액에 담아 보존하고 있고, 성 안에서는 실제로 그물로 감싸진 뱀을 만져볼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300엔(약 2800원), 어린이 150엔(약 1400원)이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사진= 기후네 성 홈페이지

기후네 성

926 Kannawa, Beppu, Oita 874-0000 일본

03

Hidesan

히데상

사진= Hidesan 인스타그램

기후네 성을 둘러보다 배가 고파질 즈음, 성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와 보자. 오이타의 신선한 닭을 부위별로 맛볼 수 있는 닭구이 식당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성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약 5분 정도 걸으면 초록색 입구에 주황색 천이 걸린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숯불 향이 먼저 반겨오고,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시선을 붙잡는다.

이곳은 다리 살, 심장, 닭 껍질, 엉덩잇살 등 6~7종류의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모리아와세(숯불 구이 모둠)이 가장 인기다. 2인분 2300엔(약 2만1700원), 3인분 3300엔(약 3 만1000원)으로 부담이 적어 둘 이상이라면 꼭 주문해 볼만하다. 점심 시간대에는 부위 5종 을 포함한 ‘점심 숯불구이 정식’을 비교적 저렴한 1650엔(약 1만5000원)에 즐길 수 있어 여행객들 사이에서 꽤 인기 있다.

기후네 성 관람 뒤 허기를 달래기 좋고, 합리적인 가격에 오이타식 닭구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여행 동선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맛집으로 넣어두면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그리고 오후 5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이며, 수요일은 휴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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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idesan 인스타그램

Hidesan

784-9 Kannawa, Beppu, Oita 874-0041 일본

04

Chinoike Jigoku (Blood Pond Hell)

치노이케 지고쿠

사진= 치노이케 지고쿠 홈페이지

치노이케 지고쿠(피의 연못)은 벳푸 온천 순례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명소다. 산화철과 산화마그네슘이 섞인 온천수가 깊은 붉은빛을 띠며 끓어오른다. 짙은 수증기 사이로 드러나는 붉은 물결은 마치 지면 아래에서 용암이 솟아오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자연이 빚어낸 이 색감 덕분에 지옥 순례 중에서도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장소로 꼽힌다.

연못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 색이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흐린 날에는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치노이케 온천수를 활용한 족욕 체험도 가능하다. 붉은 연못 자체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따뜻한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가면 여행으로 쌓인 피로가 자연스레 풀린다.

기념품 가게에는 치노이케 온천 성분을 활용해 만든 연고와 비누 등을 판매하고 있다. 벳푸 특유의 지열과 자연의 색이 만들어낸 이 붉은 온천은 온천 순례의 중심이자, 여행의 분위기를 확실히 끌어올리는 포인트다.

사진= 치노이케 지고쿠 홈페이지

치노이케 지고쿠

778 Noda, Beppu, Oita 874-0016 일본

05

Hachiman Kamado Shrine

하치만 카마도 신사

사진= 하치만 카마도 신사 홈페이지

벳푸 시내에서 벗어나 조용한 산길을 따라 오르면 도시의 소음이 서서히 사라진다. 숲 냄새가 짙어 지는 길 끝에서 하치만 카마도 신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문이 서 있는 아담한 입구와 주변을 둘러싼 고요한 숲은, 번잡한 온천 마을에서 잠시 떨어져 마음을 가라앉히기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

신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숲속 산자락을 따라 ‘99단의 돌계단’이 이어진다. 숲의 나무와 풀이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고, 돌계단 양옆으로 나무의 그림자와 바람이 어우러진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발끝에 전해지는 돌의 단단함과 주변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서늘한 공기 덕분에 ‘자연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조용한 숲길과 전설이 깃든 계단, 작은 신사가 이루는 이 공간은 온천 여행 중 잠시 쉬어가기 좋은 코스다. 벳푸의 따뜻한 온천과 대비되는 산속의 차분함을 느끼고 싶다면, 일정 사이에 가볍게 넣기 좋은 힐링 스폿이다.

사진= 하치만 카마도 신사 홈페이지

하치만 카마도 신사

1900 Uchikamado, Beppu, Oita 874-0011 일본

벳푸는 온천 도시의 화려함보다, 뜨거운 지열과 조용한 일상이 함께 흐르는 분위기가 더 깊게 스며든 곳이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오래 머물던 동네처럼 편안한 온기가 느껴진다. 온천수의 열기와 잔잔한 풍경이 하루를 천천히 데우며,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오래 남는 여유를 선물한다.

글= 이경동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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