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스스키노의 밤은 길다. 네온사인이 켜지는 저녁 6시부터 새벽까지, 골목마다 이자카야와 바, 고기집이 불을 밝힌다. 어디를 가도 맛있다지만,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 따로 있다. 놓치면 아까운 세 곳을 소개한다.
아메후리(雨ふり), 음악과 위스키가 있는 골목 바
스스키노의 화려한 네온사인 골목에서 한 블록만 빠져나오면 1층에 조용히 자리 잡은 바가 있다. ‘아메후리(雨ふり)’, 우리말로 ‘비 내림’이다. 간판 아래 작은 글씨로 ‘오사케토온가쿠(お酒と音楽)’, 즉 ‘술과 음악’이라고 적혀 있다.
2010년 4월에 문을 연 이곳은 15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오래된 만큼 상업적으로 다듬어진 여느 바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 소음이 툭 끊기는 느낌이 든다.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황색 조명이 낮게 깔린다.
실내에서 시선을 가장 먼저 끄는 건 벽을 채운 거대한 빈티지 스피커다. 레트로 감성의 LP 레코드들이 벽면을 채우고 클래식한 필름 카메라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조 헨더슨의 재즈 앨범 자켓, 창가에 놓인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음반이 이 바가 어떤 음악을 틀고 싶어 하는지를 말해준다.
운영하는 이는 중년의 마스터 한 명이다. 희귀한 앤 버튼(Ann Burton) 오리지널 바이닐 레코드를 전부 소장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손님이 들어오면 그날의 분위기에 맞춰 판을 고른다. 1인 바 특유의 조용한 환대다.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혼자일 때 더 잘 맞는 공간이다.
메뉴판은 따로 없다. 마스터에게 그날 기분이나 평소 좋아하는 술 스타일을 이야기하면 카운터 뒤의 보틀 중 하나를 골라 내온다. 싱글몰트 위스키가 이 바의 주종이다. 스모키하고 피트한 라프로익, 혹은 부드럽고 우아한 로얄 로흐나가 12년을 온더락이나 하이볼로 마시는 걸 권한다.
블루노트 레코드 재킷을 본떠 만든 자체 제작 코스터 위에 위스키 잔이 놓이는 장면은 이 바에서만 볼 수 있는 소소한 볼거리다. 자릿세(차지)는 없다. 부담 없이 한 잔만 마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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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chōme-8-3 Minami 4 Jō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4-0804 일본
나마라야(なまら屋), 홋카이도 미식을 한 테이블에
나마라야(なまら屋)의 이름은 홋카이도 방언에서 왔다. ‘나마라(なまら)’는 ‘매우, 엄청나게’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과장 없이 푸짐하게 차려낸다.
퇴근한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정통 이자카야다. 내부는 나무 질감이 살아있는 테이블과 벽에 붙은 손글씨 메뉴판이 채운다. 프라이빗하게 앉을 수 있는 개별 룸과 다리를 편히 내릴 수 있는 호리코타츠 좌석이 있어 긴 하루를 보낸 여행자에게 잘 맞는다.
먼저 주문해야 할 건 게 살 듬뿍 계란말이, ‘카니붓카케 다시마키타마고(蟹ぶっかけ出汁巻き玉子)’다. 부드럽고 촉촉하게 부쳐낸 일본식 계란말이 위에, 직원이 테이블 앞에서 게 살을 접시가 넘칠 정도로 올려준다. 계란말이의 감칠맛 나는 육수와 짭조름한 게 살이 잘 맞는다.
두 번째는 배 모양 그릇에 담아내는 ‘토쿠센 후나모리(特選船盛り)’다. 매일 아침 시장에서 직송한 홋카이도산 생선과 해산물을 두툼하게 썰어 담는다. 참치, 연어, 단새우, 활문어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육류를 원한다면 ‘시라오이규 토산규 니쿠스시(白老牛・道産牛 肉寿司)’를 택한다. 홋카이도 브랜드 소고기인 시라오이규와 지역 소고기를 직화로 살짝 구워 초밥 형태로 낸다. 연어알이나 게 살을 토핑으로 추가하면 바다와 육지를 동시에 맛보는 구성이 된다.
여기에 홋카이도식 닭튀김인 ‘나마라야 메이부츠 호카이도 잔기(なまら屋名物 北海道ザンギ)’와 소 대창을 철판에 올려 매콤한 미소로 구워내는 ‘시마쵸 카라미소 테판야키(シマチョウ辛味噌鉄板焼き)’를 곁들이면, 삿포로 생맥주나 지역 사케와 잘 맞아떨어진다.
일본 〒064-0805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5 Jōnishi, 5-chōme No.2 No.3 Asahi Kanko Bldg., 地下1階
마사진(MASAJIN). 연기 없는 양고기 전문점
마사진 스스키노 본점은 2017년 11월 개관했다.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현지인과 외국 여행자 모두에게 빠르게 자리를 잡은 징기스칸 전문점이다.
징기스칸 하면 좁고 연기 가득한 공간을 떠올리기 쉽다. 마사진은 그 이미지를 바꾼 곳이다. 최신 배기 시스템을 도입해 연기 문제를 잡았고 옷에 냄새가 배는 것도 크게 줄었다. 외투 전용 옷장과 소지품 바구니도 자리마다 갖춰져 있다. 카운터 석과 테이블 석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고, 최근에는 본점 인근에 별관 하나레(はなれ)까지 열었다.
직원이 직접 구워주며 부위별 특징과 먹는 법을 안내한다. 징기스칸을 처음 먹는 사람도 실패 없이 먹을 수 있다. 양고기 누린내에 민감하다면, 이곳에서는 덜 걱정해도 된다. 매일 아침 공급받는 신선한 양고기를 수작업으로 손질하기 때문에 잡내가 없다.
대표 메뉴는 ‘엄선! 계단 모둠(厳選!階段盛り)’ 또는 ‘양고기 배 모둠(ラムの舟盛り)’이다. 나무 계단이나 배 모형 위에 부위별로 구분해 플레이팅해 내온다. 양 어깨 등심(ラム肩ロース), 엉덩이 살 램 람프(ラムランプ), 도톰한 양 갈비(ラムチョップ)를 한 번에 비교하며 맛볼 수 있다. 음료는 홋카이도 특산 유바리 멜론 풍미의 하이볼이나 삿포로 생맥주를 권한다.
일본 〒064-0804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4 Jōnishi, 5-chōme−7−1 1F
삿포로=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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